UCLA 동아시아 도서관의 스페셜 컬렉션

  • 작성부서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PR Team
  • 등록일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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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동아시아 도서관의 스페셜 컬렉션


UCLA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동아시아 도서관 김수민 사서



UCLA 동아시아 도서관(Richard C. Rudolph East Asian Library)은 찰스 E. 영 리서치 도서관(Charles E. Young Research Library) 내에 위치하여 대학의 중앙 연구도서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도서관은 관련 분야 연구자에게 한중일 언어로 된 장서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영어 및 기타 언어의 장서들은 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도서관의 한국학 컬렉션은 1985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학 컬렉션은 역사, 문학, 종교, 민속, 불교, 기독교 등의 주제 분야를 중점적으로 수집하며 약 7만여 점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UCLA 스페셜 컬렉션에도 한국학 컬렉션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1905년 하와이로 이주한 함호용, 최해나 부부와 가족들의 일기 및 독립운동 관련 문서, 영수증, 사진, 서적 등으로 구성된 ‘함호용 컬렉션’, 재미사학자인 안형주 선생의 이민사 연구 자료인 ‘안형주 컬렉션’ 등이 대표적인 한국학 스페셜 컬렉션입니다. 동아시아 도서관은 이렇게 보존 가치가 있는 장서들을 따로 컬렉션화하여 한국학 스페셜 컬렉션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UCLA 한국학 컬렉션을 위해 기증된 또 하나의 컬렉션이 있습니다. 기증자는 렉스 피셔(Rex G. Fisher, 1932-2015)로 미국 인디애나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그는 군인으로 복무하며 1955년부터 1956년까지 한국에 거주하였습니다. 이후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큰 학자였습니다. 그는 생애에 거쳐 수집하였던 한국학 서적들을 UCLA 한국학 컬렉션을 위해 기증하였습니다. 그의 기증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1800년대부터 1900년대에 서양에서 출판된 한국학 서적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하고 적은 기행문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이전 그리고 일제의 치하 아래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외부인의 시각에서 본 당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피셔가 기증한 72 점의 장서는 모두 스페셜 컬렉션 구축을 위한 아카이브 작업을 마쳤습니다. 컬렉션 장서 중 흥미로운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Voyage to Corea (Account of a voyage of discovery to the west coast of Corea, and the great Loo-Choo island)』입니다. 저자는 바실 홀(Basil Hall, 1788-1844)이며 그는 영국 해군 장교이자 탐험가입니다. 스코틀랜드 엘리트 집안에서 자란 그는 집안 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제임스 홀(James Hall, 1761-1832) 경은 근대 지질학에 크게 이바지한 과학자로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와 관찰력, 서술 능력 등을 물려받았습니다.1) 해군에 복무하며 뛰어난 역량을 펼친 바실 홀은 1816년 알세스트호와 함께 우리나라 서해안을 탐사했던 리라호(Lyra)의 함장이었습니다. 탐사 이후 그는 당시의 기록물을 바탕으로1818년 런던에서 ‘Voyage to Corea’를 출간하였습니다.


‘Rex G. Fisher Collection of Korean Materials’ Box 1, Item 1


홀은 이 책에서 탐사 기록을 매우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홀의 기록은 한국 서해안 지역에 대한 서양 최초의 설명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이는 이후의 탐사 및 연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홀은 탐사 기간 동안 주변 지형 및 지질 구조, 해로 특성 등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시도를 했으며 이러한 그의 노력은 본 탐사기를 해양학적으로 훌륭한 가치를 가진 기록물로 만들었습니다.

홀은 백령군도에서 처음 대면한 조선인들의 외양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모자를 쓴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설명하며 모자의 크기, 모양, 재료 등을 기록하였습니다. “말털을 엮어 칠을 한 것 같으며 큰 구슬을 꿴 끈을 달아 턱 밑으로 매었다”(3쪽)라는 문장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양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책의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 조선인들은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홀은 이런 모습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홀의 일행이 배에서 내려 섬을 둘러보려고 할 때 조선인들은 처음에 홀 일행의 옷차림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곧 그들을 가능한 한 빨리 섬에서 내보내려고 합니다. 목을 긋는 시늉 등을 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사람들에게 서양인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계속해서 섬을 탐사하고자 합니다. 결국에 홀은 마량진에 도착하여 조선의 관리와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홀의 기록과 조선 왕조 실록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당시 홀이 만난 조선 관리는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비인 현감 이승렬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2)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음에도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술을 나누어 마시는 등의 교류를 했습니다.

당시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인들의 모습을 일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일러스트는 바실 홀이 스케치한 것을 토대로 윌리엄 화웰(William Havell)이 그린 것입니다. 조선인의 모습을 상당히 서양 스타일로 해석한 점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Rex G. Fisher Collection of Korean Materials’ Box 1, Item 1


홀은 중국인 통역사를 대동하였지만 중국인 통역사는 조선인들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조선과 중국이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것을 통해 당시 유럽 사회에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여인들의 발 모양은 중국의 전족과 달리 일반적인 모습이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언어 및 문화적으로 다른 조선의 모습을 접하고 이를 통해 홀의 탐사가 독자적인 한 나라로서의 조선을 유럽 대륙에 최초로 전하게 되지 않았을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Choson: Land of Morning Calm』 입니다. 이 책은 천문학자로 잘 알려진 퍼시벌 로런스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1916)이 집필한 책입니다. 1885년 보스턴에서 출판되었으며 로웰의 조선 체류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에 체류 중이었던 로웰은 1883년 조선 최초의 대미 외교사절단인 보빙사를 미국으로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로웰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고종의 공식 초청으로 조선에 오게 되었습니다. 로웰은 약 3개월간 조선에 머물면서 당시의 생활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3) 로웰의 책을 통해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는 개항기 조선의 모습 그리고 당시 대외교류를 엿볼 수 있습니다.


‘Rex G. Fisher Collection of Korean Materials’ Box 1, Item 3


로웰은 조선에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판했기 때문에 그의 기록물은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과 함께 사진으로 조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당시 시대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로웰의 기록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며 흑백사진 속에서 옛 서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찍은 사진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알려진 고종의 사진도 있습니다. 그의 저서는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학자들에게 유용한 한국의 소개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4)


‘Rex G. Fisher Collection of Korean Materials’ Box 1, Item 3


저자는 책에서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후, 의복, 거리의 모습, 여성의 지위, 건축물 등 당시 시대상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자에 관한 그의 관심이 눈에 띕니다. 갓을 종류에 따라 구분하고 상세히 설명한 부분에서 그의 뛰어난 관찰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상투를 트는 머리 모양의 변화가 조선에서 중요한 문화였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이 방영된 이후 외국인들이 조선의 갓에 큰 관심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 관심의 시작에 로웰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Rex G. Fisher Collection of Korean Materials’ Box 1, Item 3


위와 같이 19세기에 출판된 두 권의 한국 기행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두 책을 통해서 약 200여 년 전 근대 한국에 대한 서양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홀과 로웰의 기록은 한국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이전에 작성된 비교적 초기의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미지의 나라였던 조선에 대한 이들의 저서는 이후 이루어진 한국학 연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오래전 기록물들은 언제나 묘한 감정과 함께 우리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연구를 비교하여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고 혹여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도록 비판적인 태도를 가 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학 초기의 출판물들은 이후에 이루어지는 연구들의 밑거름이 되어 근대의 출판물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연구를 위해서라도 초기 한국학 자료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의 한국학 연구를 위해 외국어로 쓰인 올바른 한국학 서적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해봅니다.

피셔의 컬렉션이 UCLA 한국학 스페셜 컬렉션으로써 한국학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Grayson H.James. (2006). 영국 해군 장교 바질 홀의 1816 년 동아시아 항해기. “대동문화연구 56 ”, 페이지: 109-132.

국사편찬위원회. (2009). “이방인이 본 우리.” 국사편찬위원회.

바실 홀 지음, 김석중 엮음. (2003). “10일간의 조선항해기.” 서울: 삶과 꿈.

이수기. (2019). 개항기 한국에 관한 기록을 남긴 서양인의 서지학적 특징 분석 -방문시기별 국적을 중심으로 한 서지학적 특징-. “기록과 정보·문화 연구 제8호”, 페이지: 187-254



1) Grayson H. James. (2006). 영국 해군 장교 바질 홀의 1816 년 동아시아 항해기. “대동문화연구 56 ”, 120쪽.

2) 국사편찬위원회. (2009). “이방인이 본 우리.” 국사편찬위원회. 207쪽.

3) 국사편찬위원회. (2009). “이방인이 본 우리.” 국사편찬위원회. 322쪽.

4) 이수기. (2019). 개항기 한국에 관한 기록을 남긴 서양인의 서지학적 특징 분석 -방문시기별 국적을 중심으로 한 서지학적 특징-. “기록과 정보·문화 연구”,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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